님, 안녕하세요.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 주은입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무탈히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올해 2년째 KSCRC에서 운영하는 퀴어텃밭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여름쯤 파주에 있는 퀴어텃밭에서 아기 고양이 꽃님이와 수리를 만났습니다. 제가 이 친구들을 만난 건 재단의 앨라이도서전 준비와 취미부자로 살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일들에 치이던 8월 말쯤으로 기억해요. 수리 눈에 눈꼽이 많이 끼어있고 기침을 하는데 아기 고양이에게 감기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아무리 바빠도 이 친구를 돌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픈 고양이 수리 얘기를 들은 식구가 한걸음에 항생제를 사왔고, 적어도 일주일은 중단 없이 아침저녁으로 먹여야 한다는 복용법을 읽자마자 저는 퀴어 텃밭 멤버들에게 '수리 건강 프로젝트'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렇게 각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힘을 모아, 아기 고양이를 살리는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수리의 항생제 복용 일은 한 주씩 늘어나, 오늘은 '수리 건강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3주 차가 되는 날입니다. 수리는 누구보다 밥도 잘 먹고, 끈 놀이도 좋아하고, 텃밭 집사들의 손과 발을 가지고 장난도 치는 (아직 증상은 남아있지만) 씩씩하고 건강한 고양이로 자라고 있어요.

어제도 아침에 우리 집 고양이 여름이와 레레에게 아침 놀이를 충분히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출근 전 수리를 보러 파주 퀴어텃밭으로 갔어요. 덕분에 이른 아침 파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남들보다 먼저 시원한 가을 날씨를 만나고 누리고 있고요. 저만 보면 드러누워 골골대며 만져달라고 하는 텃밭냥이들 덕에 호사스러운 아침의 30분을 보내고 있어요. 가장 바쁘던 때 아픈 고양이 수리를 만나 한순간에 우선순위가 바뀌어서, 월말에 있는 수영대회 준비도 미루고 텃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님도 연약한 존재를 돌보는 일에 휘말린 일이 있으신가요? 그 존재를 돌보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 힘이 들지만, 오히려 돌보는 존재로 인해 충만해지는 경험을 삶에서 누리실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럼 오늘도 부디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주은 활동가 드림